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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커 라는 이름에 대하여

리처드 파커는 누구인가


1.

     1837년 천재 상상력 소설가 애드거 앨런 포는 아서 고든 빔의 이야기라는 소설을 썼다. 끔찍한 사건으로 도배한 소설이다. 주인공을 포함한 네 명의 선원이 조난을 당한다. 굶주림을 참지 못한 선원들은 제비뽑기로 한 사람을 정해 살해하고 그 인육을 먹기로 결정한다. 소설 속에서 희생된 선원의 이름은 리처드 파커이다. 그 후 47년이 지난 1884년 소설과 똑같은 일이 영국에서 벌어진다. 법원은 희대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남자 세 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한다. 토머스 더들리, 에드윈 스티븐, 에드먼드 브룩스가 그들이다. 이들은 굶주림 때문에 동료를 살해하고 그를 먹어 치웠다. 그런데 희생된 사람의 이름이 놀랍게도 리처드 파커였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꿈꾸는 다락방>





        2.

더들리와 스티븐스 재판

19세기 영국에서 실제 벌어진 재판에 관한 이야기로 사건은 이렇다. 당시 발행된 한 신문은 사건의 이면을 자세히 소개했고 미뇨넷 호 생존자의 이야기보다 더 슬픈 해난사고는 없었다고 했다. 배는 희망봉에서 약 2000km 떨어진 남대서양에서 발견되었다.

배에 탄 건 4명이었는데 더들리는 선장이었고 스티븐스는 1등 항해사, 브룩스는 선원이었다. 4번째 승무원은 배의 잡무를 보던 17세 소년 리처드 파커였다. 파커는 고아라서 가족이 없었고, 배를 타고 장기간 바다에 나온 건 처음이었다. 사건의 정황에는 이견이 없었다. 파도가 배를 강타했고 미뇨넷 호는 침몰했다. 승무원 4명은 구명보트로 탈출했다. 식량은 마실 물도 없이 순무 통조림 두 개 뿐이었다.

처음 사흘간은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넷째 날에는 순무 통조림 하나를 따서 먹었다. 그 다음 이튿날엔 거북 한 마리를 잡았다. 남은 순무 통조림 하나와 거북을 먹으며 승무원들은 며칠을 버텼다. 그 다음 8일간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파커는 몸이 쇠약해졌다. 19일째, 선장인 더들리는 제비뽑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제비뽑기를 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죽어줄 사람을 정하자는 것이었다. 브룩스는 반대했다. 제비뽑기는 무산된다. 이튿날에도 구조해줄 배가 보이지 않자 더들리는 브룩스에게 고개를 돌리라고 말한 뒤, 스티븐스에게 파커를 죽여야겠다고 몸짓으로 말한다. 더들리는 기도를 올리고 소년에게 때가 됐다고 말한 다음 주머니칼로 소년의 경정맥을 찔러 죽였다. 양심 때문에 그 섬뜩한 하사품을 받지 않으려던 브룩스도 태도를 바꾸었고 나흘간 세 남자는 파커의 피와 살을 먹었다. 그리고 선원들은 구조된다.



 3.

    캐나다로 가던 화물선이 예상치 못한 폭풍우에 침몰하고 주인공 파이는 간신히 구명보트에 오른다. 구명보트에는 다리를 다친 얼룩말 굶주린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 그리고 보트 아래 몸을 숨기고 있었던 벵갈호랑이 리쳐드파커가 올라타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배고픔에 지쳐있던 동물들은 공격하기 시작하고 결국 남은 것은 파이와 벵갈호랑이 리쳐드파커 뿐이였다. 영리한 파이는 살아남기 위해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리쳐드파커와의 관계에서지지 않고 우위를 차지한다. 파이는 리쳐드파커와 함께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습득하게 되고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면서 배가 침몰한지 227일이 지난 뒤 그는 구조된다.

-<파이이야기>


          






    

        

  위 세 글은 '리처드 파커' 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의 리처드 파커와 더들리와 스티븐스 재판에서의 리처드 파커는 굉장히 유사한 사건에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인물이다. 소설 속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것도 놀랍지만, 인물의 이름까지 똑같다는 사실은 더더욱 놀랍다. 

     더들리와 스티븐스 재판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자유주의와 공리주의의 차이를 보여주는 예시로 등장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자유주의 관점과 공리주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나온다. 

     소설 파이이야기(Life of Pi)’ 에서는 리처드파커의 이름이 아기호랑이를 동물원에 넘기는 사냥꾼이 서류 작성을 잘못하여 자신의 이름과 호랑이의 이름을 뒤바꿔 쓴 것으로 나온다하지만 역사적 사건들을 토대로 보면약간의 유머와 은유를 의도한 작가의 재치라고 볼 수 있다. 파이이야기에서의 리처드 파커는 다른 사건들과는 다르게 희생당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포식자의 위치에 있다. 

     

     리처드 파커는 단순한 이름이지만 소설, 역사적 사건, 정의에 대해 고민해보는 사례, 파이이야기라는 소설 등에서 등장하면서 이름에 이야기를 더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에 담긴 이야기와 이름에서 나아가는 서사가 어디까지 진행될 지 궁금하다. 








-출처 도서 꿈꾸는 다락방

더들리와 스티븐스 재판[출처리차드파커에 대하여 |작성자 wooooooooooooo